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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 작업노트, Hills at Night






야산의 기억


어두운 밤 서럽게 울던 새마저 도망가 버리고 거친 숨소리만 가득한 길을 걷는다. 어릴 적 뛰어놀던 때를 생각한다. 나지막한 언덕을 쉽게 올라갈 거라 비웃은 덕에 심장은 터질 듯 하다. 어느새 머리가 멍해진다. 돌 뿌리가 여기저기 쏟은 울퉁불퉁하고 거무튀튀한 길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소리 없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짭짤한 땀은 금세 섞여 입술에 닿고 이곳이 바다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한다. 돌에 튀는 빗방울도 쉴 새 없이 나를 공격한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올라 언덕의 꼭대기에 올랐다. 뿔뚝 쏟은 돌에 걸 터 않아 잠시 가파 진 숨을 몰아쉬고 주변을 살핀다. 풀과 나무는 온데간데없고 괴상한 모양의 돌들만 비에 젖어 요상한 빛을 내고 있다.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가냘픈 비는 굵은 장대 비로 변해 얼굴을 쉴 새 없이 때린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걸어 올라간 높이가 이 낮은 언덕 아니, 야산 정도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앞은 여전히 캄캄하고 비바람은 계속 나를 세차게 후려 친다. 더 이상 올라갈 곳도 도망갈 곳도 없다.




구조적 균형과 다양성


이번 전시 ‘야산’ 표현의 방식은 이전보다 좀 더 다채롭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각각의 그림은 서로 다른 돌산, 즉 독립된 형태를 구성하고 그에 맞는 비구름을 상상하며 그려 넣었다. 사전작업의 경우, 실제 수집한 돌의 형상들을 해체하고 돌이 아닌 주변 사물들을 섞어 같이 재조합 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채색된 콜라주들은 그림의 전체적인 구조와 느낌을 제시하긴 하나, 캔버스에 옮겨지는 과정에서 돌산들에 어울리는 색과 표현으로 재해석되어 그려졌다.

다시 말해 이전에는 돌과 비구름 서로 간의 긴장과 견제가 중요시되었지만, 이번 전시는 좀 더 창의적으로 표현된 돌의 형상과 색 그리고 즉흥적인 비구름의 조화, 각 요소들 간의 균형과 다양성이 강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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