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Hills at Night, Solo Show, 2022.07.14~08.21, Busan



폭풍이 몰아치는 야산(夜山)

야산(野山)이란 들과 가까운 나지막한 산을 일컫는다. 작가는 들 야(野) 대신 밤 야(夜)로 바꿔 썼다. 밤을 생 각하며 그린 밤의 산은 불안의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작품의 화면 구성을 보면 하층부의 돌산과 상층부의 하늘로 구분된다. 먼저 하부에는 한국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친 돌이 쌓여있다. 크기가 제각각인 돌들을 무너질 듯 쌓여있으면서도 견고하게 서로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돌의 불규칙한 배열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의 정서는 상층부의 폭풍 묘사에서 더욱 극대화 된다. 절제된 획 속에 다양한 색채가 오묘하게 변화를 이루고 있다. 시원하게 뻗어나간 붓질은 화면 전체를 관통하며 강력한 폭풍의 힘을 느끼게 한다. 사실 폭풍 자체는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구름과 대기의 흐름, 폭풍에 의해 휩쓸리는 사물의 움직임을 통해 폭풍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불안의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경험과 기억, 상황을 통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며 무엇 하나로 형상화 할 수 없다. 힘들거나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 ‘폭풍 같았다’고 비유하고, 고요하지만 불안한 상태를 ‘폭풍전야’로 표현하곤 한다. 폭풍이란 자연현상이지만, 인간의 불안에서 비롯된 감정선의 비유이기도 하다.

긴장과 균형 – 제작 방식

작품에 등장하는 돌의 형상은 작가가 직접 북한산에 올라 수집한 이미지들이다. 작품의 제작 과정을 보면 소재를 결정한 후 현장을 찾아 이미지를 수집한다. 작업실로 돌아와 이미지를 혼합하거나 정제하여 화면을 구성하고 소형 드로잉으로 먼저 완성한다. 이후 그것에서 오는 회화적 감각을 캔버스에 옮긴다. 캔버스에 그리는 과정에서 돌무더기의 표현은 더욱 견고해진다. 나이프로 반복되듯 쌓아올린 물감의 마티에르가 돌의 단단한 질감이 된다. 폭풍이 오는 구름과 바람은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밀도 있게 쌓아올린 돌산과 유려한 대기의 흐름을 그린 구름 묘사가 서로 대립되면서 초현실적 풍경을 만든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재현을 위한 사실적 묘사(돌산)와 대상의 직관적 표현(비구름)의 방식이 긴장과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맞부딪치지 않는 것”이라 하였다. 이는 화면의 구성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연출했던 전작들과 비교되는 특징이다. 특히 과거 실내 풍경을 그릴 때 ’콜라주-미니어처 제작-페인팅‘의 과정을 거치며 캔버스 내부의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는 관객의 감정까지도 의도했다. 하지만 근작에서는 계획적 면모를 덜어내고 본능적이며 직관적으로 ‘그리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다. 완벽하게 설정된 공간, 즉 하나의 무대를 탈피하여 작가만의 격정적인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불안 속 미(美)를 향한 욕망

불안이라는 감정은 명확하거나 특정한 원인으로부터 출발하기보다 다양한 기억과 경험, 상황 속에서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불안이 처절하지만 또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미의식의 발현이란 뻔하지 않으면서도 첨예하고 치열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라익스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작가는 과거 17세기 화가들이 구름을 그리러 네덜란드에 모였던 것처럼 미를 향한 화가들의 집착이 당연하다고 보았다. 다만, 안지산은 시각적 아름다움에 대한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미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미의식을 새롭게 발현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어두운 야산처럼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 불안과 아름다움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의 화면 안에서 오묘하게 조화된다. 변화무쌍한 하늘 속 욕망의 부딪침은 결국 우리 사회를 이루는 인간들의 욕망의 부딪침과 관계성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안지산의 작품을 통해 불안과 긴장 속에서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삶의 순간과 미의식을 새삼 공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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